사회적 모순에 대한 가장 부드러운 분노. 여전히 힘을 지닌 전설적 소울 아티스트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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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미국.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고, 반전 운동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Motown의 스타였던 Marvin P. Gaye에게도 이 시기는 어려웠습니다. 음악적 파트너였던 Tammi Terrell이 뇌종양으로 사망했고,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동생은 전쟁의 무의미함을 그에게 전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향한 분노를 그려낸 싱글 'What's Going On'을 녹음해 들려주자, Motown 사장 Berry Gordy는 자기 인생 최악의 노래라고 평가하며 발매를 거부했습니다. Gaye는 이에 맞서 Motown에서 어떤 활동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7개월 동안 파업에 들어간 끝에 싱글을 발매했고, 그에 뒤이어 앨범의 나머지 곡도 30일 만에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맥을 정확하게 짚고 있었어요."
이처럼 아티스트의 자주성을 얻어내기 위한 노력 끝에 탄생한 앨범 'What's Going On'은 오늘날 소울/R&B만의 유려함과 정치적 메시지를 완벽하게 조화시킨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Gaye의 목소리와 연주는 물 흐르듯 흘러가면서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내고, 반전 운동 탄압('What's Going On'), 참전 용사에 대한 부당한 대우('What's Happening Brother'), 환경 오염('Mercy Mercy Me [The Ecology]'), 빈곤 및 인종 차별('Inner City Blues [Make Me Wanna Holler]')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탄식은 가슴을 미어지게 만듭니다. 이 앨범이 던지는 질문이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은 슬픈 일이지만,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You know we've got to find a way/To bring some loving here today, yeah(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잖아/오늘 여기에 사랑을 가져오기 위해)'라는 가사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