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와 부조리에 맞서는 소음과 랩. 머리부터 발끝까지 투쟁 정신을 갖춘 최전방의 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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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은 꽤 시끄러운 앨범이지만, 이 시끄러움에는 명확한 목적이 있습니다. 흑인 인종 차별이 여전히 심각하고 힙합에도 편견 섞인 시선이 만연하던 1988년, Public Enemy는 두 번째 앨범에서 더욱 철두철미한 메시지와 투쟁적인 소리로 차별에 저항하고자 했습니다. 시위 현장의 구호 같은 랩과 샘플링으로 가득한 트랙 'Bring the Noise'는 소음을 무기로 삼은 Public Enemy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사회의 부조리한 체제는 침묵을 강요하지만, 이들은 거기에 따를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거죠.
구조화된 인종 차별의 실상을 폭로하는 'Don't Believe the Hype', 차별적 감시가 일상화된 사회에 폭탄을 던지는 'Louder Than a Bomb', 흑인 사회의 약물 중독을 좀비에 비유하며 단호하게 비판하는 'Night of the Living Baseheads'가 보여주듯, Public Enemy의 투쟁은 전방위적입니다. 블랙 뮤직 특유의 그루브와 통제 불능의 에너지가 공존하는 The Bomb Squad의 급진적인 프로덕션, 중요한 순간마다 턴테이블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Terminator X의 스크래치 역시 이 앨범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은 그렇게 힙합은 물론 저항 음악의 역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앨범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삶에 어떤 일이 벌어지든, 우리를 가로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를 전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