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드럼, Lo-Fi 샘플링, 쿵푸, 그리고 강렬한 라임으로 완성된 힙합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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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힙합 앨범들 중에서 'Enter The Wu-Tang (36 Chambers)'만큼 날것의, 혹은 지저분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앨범은 많지 않습니다.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RZA를 필두로 한 아홉 명의 MC에게 주어진 것이라곤 뉴욕 브루클린 구석에 있는 낡은 스튜디오뿐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홍콩 영화 '소림여무당(Shaolin and Wu-Tang)'에 나오는 무당파에서 그룹명을 따온 Wu-Tang Clan에겐 열악한 제작 환경을 극복할 힘이 있었습니다. 개성과 서사를 겸비한 각자의 랩 실력, 번뜩이는 프로덕션 감각, 쿵푸 영화와 만화 등에서 따온 독특한 세계관이 이들의 무기였죠.
둔탁하지만 귀를 사로잡는 비트 위로 각종 무협물에서 따온 샘플링과 뉴욕 거리의 하드코어한 삶을 그린 랩이 펼쳐집니다. 진중한 멋이 감도는 Method Man, 날카로운 고음으로 귀를 할퀴는 Ghostface Killah, 취권처럼 자유롭게 박자를 오가는 Ol' Dirty Bastard의 랩이 연타를 날리죠. 무협과 힙합이라는,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요소를 강렬한 에너지로 이어 붙인 'Enter The Wu-Tang (36 Chambers)'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힙합의 매력을 증명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