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외로운 밤 풍경을 전자음으로 그린 UK 개러지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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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주의를 고수하는 영국 출신 프로듀서 Burial이 등장한 2000년대는 영국 일렉트로닉 음악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던 시기였습니다. 1990년대에 등장했던 정글과 개러지가 더욱 세분된 하위 장르와 씬으로 나눠지기 시작했죠. 다변화된 일렉트로닉 음악 중에서도 어둡고 쓸쓸한 사운드에 초점을 맞춘 Burial의 두 번째 앨범 'Untrue'는 발매와 동시에 상징적인 작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Burial은 주로 밤에 곡을 쓰고 프로듀싱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앨범은 어둠이 내린 후 개인이 느끼는 고립감을 품고 있습니다. 텁텁하게 울리는 베이스에 하우스풍 샘플을 얹는 작법은 이런 고독함을 잘 보여줍니다. 마치 외롭게 서 있는 가로등을 연상케 하죠. 앨범에는 반려견의 죽음을 겪은 후 20분 만에 썼다는 'Archangel', 엇박자와 기계 노이즈로 유령을 부르는 듯한 'Ghost Hardware', 공간감 넘치는 앰비언트 트랙 'In McDonalds' 등 인상적인 곡이 가득합니다. 'Untrue'가 구현한 사운드와 감정은 심야의 시간을 살아가는 후대 덥스텝 및 UK 개러지 아티스트들에게 거대한 영감으로 남았습니다.